비(非) 상장사는 말 그대로 증권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상장되지 않는 회사를 뜻한다.

당연히 상장사들에 비해 정보가 쉽게 공개되지 않으며 비상장사는 1년에 한 번 개략적으로 회사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이로 인해 장부상에 드러나는 회사 가치에 비해 실제 기업가치가 훨씬 큰 경우가 많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 / 2016년 기준
헤럴드경제 슈퍼리치 / 2016년 기준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한 '대한민국 100대 부호' 중 비상장사 자산을 보유한 부호 67명의 자산 총액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보다 돈 더 잘 버는 할아버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2021년 한 해 동안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부영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 총액이 무려 2,64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전하고 있다.

이 금액은 재계 주요 대그룹 총수들 중 그동안 배당 1위를 독점해온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넘는 것으로 통계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 지분이 있는 삼성 계열사로부터 2021년 한 해 동안 받은 배당총액 2,588억 원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9억 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그룹은 2021년 공정위의 자산규모 기준 재계 서열 17위로 23개 계열사의 자산총액(2020년 말 기준)은 23조 3,210억 원, 매출합계 2조 9,760억 원, 당기순익  합계 1,930억 원이다.

반면 재계 1위인 삼성의 자산총액은 457조 원, 매출 합계 333조 원, 당기순익 합계 20조 6,97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이중근 회장은 자기 그룹보다 덩치가 20배 이상 더 큰 그룹 총수보다 더 많은 배당을 챙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인 회장들이 2021년 한 해 동안 자기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을 모두 합하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2,588억 원, SK그룹 최태원 회장 1,103억 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774억 원, LG그룹 구광모 회장 688억 원이다.

하지만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2021년 배당총액은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 회장보다 2배 이상 많은 압도적 제계 1위였다.

 

부영, 재계 서열 19위의 대기업이지만 비상장회사 고수

부영그룹이 인수한 삼성생명 본관
부영그룹이 인수한 삼성생명 본관

부영그룹은 198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건설그룹만으로 총자산 20조를 이뤄냈고 이미 10년 전에 재계 20위권에 들어섰다. 올해 DL 그룹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는 6년 연속 건설업 주력 기업집단 1위 타이틀의 주인이었다.

부영그룹은 건설사들이 연쇄 부도를 겪던 1990년대 IMF 시절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리스크가 큰 개발사업보다는 꾸준한 현금창출이 가능한 임대주택 위주의 투자 덕에 외풍의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덕에 안정적인 건설그룹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제계 19위인 부영그룹의 지배 구조는 대기업 집단 중 가장 특이하다.

드라마틱한 성장세로 커왔지만 단 한 번도 기업공개(IPO)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룹 내 무려 22개의 계열사가 있지만 상장사는 한곳도 없다. 

 

총수들의 로망, '1인 체제'

부영그룹
부영그룹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총수(이중근) 지분율이 절대적인 부영그룹은 목소리가 커진 주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면에서 이중근 회장이 '총수들의 로망'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들어 대기업 집단들이 지난해 폭락한 주가를 만회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무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벼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의 지배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이중근 회장의 '1인 체제'이기 때문이다.

1941년생인 이중근 회장은 지주사 부영의 지분율이 93.7%에 달하며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은 2.18%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재단인 우정 학원 0.79%, 자사주 3.24%로 구성돼 오너가가 사실상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셈이다.

만약  부영그룹이 기업공개를 할 경우 그룹의 중추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1순위 후보로 유력하다.

다만 지분 전량을 총수 일가가 갖고 있으며 그중 일부 지분조차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적이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가치금액에 대해서 제대로 거론된 적 또한 없다.

가장 최근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업계 평균 수치와 밸류에이션툴을 적용해 보았을 때, 시평순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들과 맞먹는 기업가치가 나온다. 적용 기준에 따라선 10대 건설사 중 일부 회사를 뛰어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 측에 따르면 “회사 지분을 전부 보유하면서 외부 투자자나 주주들을 신경 쓰지 않고 총수 뜻대로 경영할 수 있는 대기업은 흔치 않다. 요즘 같은 주가 급락 시기에는 총수를 비롯해 주주들 모두가 예민한데 그런 면에서 부영그룹은 마음이 편할 것”라고 말했다. 

또한 부영그룹은 현재 경영 승계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 밝혀지지 않았다. 1941년생으로 올해 83세인 이 회장은 고령의 나이로 2세 경영을 해야 하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졌다. 부영 측은 여전히 이 회장이 건강에 큰 문제가 없고 정정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2세 후보로는 이 회장의 장남 이성훈 부사장이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이성훈 부사장은 2세 중 유일하게 지주사 부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2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후에는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막내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가 2021년 지주사의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주목을 끌고 있다. 이로 인해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담으로 영화 '바람' 감독으로 유명한 이성한 감독이 이중근 회장의 막내 아들이라는 점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다.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 탄생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부영그룹은 임대주택 사업과 분양 등을 발판으로 시작해 자산 20조 원대 대기업집단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임대주택 23만, 분양 7만 가구 건설하며 업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부영의 시초는 1983년 설립한 삼진 엔지니어링이며, 이를 통해 임대주택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93년 회사 이름을 부영으로 변경했다. 이후 부영은 부영주택을 설립했고,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 덕유산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워 나갔다.

부영의 가장 상징적인 사업인 임대주택은 민간임대 분야에서 부영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임대주택 사업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부영은 사업자 공모를 통해 토지를 구입한 뒤 임대주택을 건설해 5~10년 뒤 분양 전환을 통해 수익을 남기고 있다. 지방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서울에는 임대 사업이 진행된 게 없다. 

특히나 부영은 ‘사랑으로’라는 한글 이름의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최근 ‘10자 이상’의 길고 복잡한 아파트 이름에 대한 자정 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랑으로’라는 브랜드는 오히려 돋보이고 있는 추세다.

또한 부영은 코로나19가 터지고 집값이 오르면서 오히려 수혜를 입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임대주택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영, 한국에서 가장 촌스러운 아파트...주민들 "제발 바꿔달라 애원"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로고를 살펴보면 전통의 강호들인 래미안, 자이가 있다.

롯데캐슬의 하이엔드급 브랜드는 르엘이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세련되게 리뉴얼 된 더샵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특히나 한화건설은 기존 브랜드인 '꿈에 그린'을 버리고 '포레나'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바 있다.

또한 최근 강자로 떠오른 한국 최초 평당 1억 신화를 거둔 브랜드 '아크로'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부영의 '사랑으로' 이름과 디자인은 마치 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사랑으로'는 브랜드 런칭 이후 입주자들의 강력한 반발과 주장이 들끓었지만 현재까지도 같은 브랜드 네임과 로고를 고수하고 있다.

'e편한세상' , '푸르지오' 등 한글을 적극 사용한 브랜드도 있지만 이 브랜드들에게 촌스럽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사랑으로'의 디자인 반대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사랑으로' 아파트의 디자인과 외관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2018년에 입주한 창원의 부영 아파트와 2017년에 입주한 보령의 e편한세상 외관의 차이다.

입주민들의 반발에 최근에는 디자인을 변화했지만 여전히 2000년대 초반의 느낌을 주고 있다.

한편 이중근은 부영그룹 회장으로 1941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3남 3녀 중 셋재로 태어났다. 이 회장은 건국대 중퇴 후 1976년 우진건설을 설립해 상장했으나 부도로 폐업했다. 이후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임대 아파트 건설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뒤 회사 이름을 '부영'으로 바꾸었다.

 

 

하이뉴스 / 정시은 기자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